나와 너에 대하여 어설프게 알고 있는 구글

in hive-199903 •  2 months ago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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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와 구글과의 만남은 너보다 5년 더 이르단다. 옆자리 사람들이 아이폰 3gs의 작은 풀컬러 화면을 들여다보고 손가락으로 누를 때, 나는 물리버튼을 눌러대며 광활한 애니콜 슬라이드폰의 초록색 액정의 커서를 이동하면서 혹여나 키패드 한복판의 ez-i라고 쓰인 버튼을 누르지 않을까 조심조심 했었지.

'저 작은 화면으로 인터넷을 접속해봐야 뭘 하겠니' 라는 생각이 '나도 카카오톡으로 무료 채팅 한 번 해보자'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던 어느 날의 퇴근길, 그 날이 나와 구글의 첫 만남이 있던 날이었단다. 그 당시 동네 휴대폰 가게 직원이 가장 추천했던 폰은 갤럭시 네오.

텔레비전을 보지 않던 나는 그게 무슨 폰인지는 몰랐지만 '이게 아이폰보다 낫습니다'는 소리를 내뱉는 폰팔이의 날름거리는 입술을 보면서 그게 거짓이라는 건 알았지. 왜 그랬는지 굳이 그걸 바로잡고 싶지는 않았고 나는 그 귀찮음을 30만원과 바꿨지. 그러니까 10만원짜리 폰을 40만원을 주고 샀다는 이야기인데 그 슬픈 이야기는 생략하도록 하자.

그 날 집에와서 카카오톡을 하려면 구글계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동생의 조언(그러니까 너의 삼촌)에 의해 나와 구글의 만남은 시작되었고, 구글은 그 때부터 내가 어디를 쏘다니는지 무슨 게임을 하는지 화면을 하루에 몇시간 쳐다보는지를 알고 있단다.

어느 날, 누군가가 나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게 싫어서 모든 정보를 삭제했기에 니가 태어나기 전에 나 혼자 갔던 제주도와 시코쿠, 부부가 함께 갔던 구마모토, 구루메, 토스, 하우스덴보스, 드디어 니가 태어난 후 다 함께 갔던 제주도와 후쿠오카, 삿포로, 오사카, 대마도에 대한 기록은 구글이 모르게 되었지.

모르긴 해도 대한민국 지도에 찍혀있던 점들도 상당수 사라졌으리라 생각한다. 하지만 우리가 함께 밟았던 곳들 중 많은 곳이 여전히 새빨간 점으로 남아있단다. 코로나가 끝나면 함께 점을 더 채워보자꾸나. 너는 이미 집 밖을 나가기 싫어하지만 니가 더 자라게 되면 집 밖을 나가기가 더 힘들어지지 않겠니. 벌써 친구를 나보다 더 좋아하는 네 모습을 보면 조만간 그렇게 될 것 같단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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